[PD칼럼] TCFD와 위기관리
김효선 박사/ 한국탄소금융협회 부회장
프레스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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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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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데일리] 오늘의 사태와 8년 전은 같으면서 다른 점이 있다. 같은 점은 정치리스크가 정책의 연속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2016년의 대외환경과 지금의 대외환경이 다르다는 것이다. 8년 동안 대외환경은 무섭게 변했다.
우리경제에 불리한 방향으로. 달러는 더 강해졌고 수출을 주도하던 산업들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예상한 것처럼 트럼프의 영향이 취임전부터 강한 바람을 몰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치상황은 안그래도 힘들었던 국내경제를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대외신인도까지 깎아내리고 있다.
이번에도 혼란이 예상된다. 그리고 희생양이 생길 것이다. 결국 취약한 산업이 더 힘들어질 것이고 유동성 문제를 극복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찻잔에 반쯤 담긴 물을 보고 잔이 찼다 아니다 잔이 비었다 하듯이 작금의 상황을 혼돈이라고 볼 수 있지만 회복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The show must go on! 누군가는 하던 일을 계속 해야 한다. 어려울때일수록 정책은 예측가능해야 하고 전략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꾀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발행된 ESG경영보고서와 TCFD보고서를 보면 할 말이 많다. TCFD(The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G20의 요청에 따라 기후변화 관련 정보 공개를 위해 설립한 글로벌 협의체다.
그렇다면 왜 G20는 기후변화 관련 정보공개를 요구하게 된 것일까? 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 투자대상의 지속가능한 성장여부가 가장 중요하고 이를 가늠하기 위한 정보가 TCFD 보고서에 담겨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최대과제는 2D, 즉 탈탄소와 디지털화(Decarbonization and Digitalization)이다. 따라서 21세기의 기업들은 이 두 과제에 따른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정책동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그리고 리스크관리와 포트폴리오의 전환에 필요한 비용은 얼마인지, 더 나아가 수익개선을 위한 방안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즉 TCFD보고서는 투자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소중한 창구가 된다.
이 점에서 TCFD 보고서는 기존의 지속가능보고서와 차별화가 필요하다. 기후리스크와 탄소시장에 대한 전문성이 요구되고 대외환경 변화 특히 탄소규제에 대한 예측능력이 배양되어야 된다. 예를 들면 탄소배출권가격이 10% 상승했을 때 비용과 매출이 얼마나 변하는지, 규제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자체기술이 있는지, 없다면 배출권 확보비용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등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TCFD 보고서를 제출한 대기업들은 꽤나 된다. 그러나 기후변화의 재무적 영향 분석에서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자료 공개로는 투자자를 붙잡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의 에너지공기업들은 한전을 제외하고 TCFD보고서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물론 시작한 기업들이 꽤 있을 것이다. 전문성있는 사외이사를 확보한 곳은 분명히 TCFD보고서의 필요성을 지적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
업종별로 볼 때 에너지부문, 석유화학부문, 철강부문 등의 TCFD 보고서는 시급하다. 현재의 수준으로는 미수금과 수출부진으로 경영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 지난 6개월간 KOSPI는 10% 하락했다. 석유화학부문은 30% 하락했다. 이대로 가면 외국계 큰손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위기는 위기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다. 그동안 우리는 끈질긴 생명력과 회복력으로 위기를 모두 극복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긍정의 힘과 전문성으로 이번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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