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환기설비 노후 심각, 10 곳 중 8 곳 내구연한 넘겨
부산 등 지방 지하철 노후율 24% 이하 , 서울 지하철 공기질 유독 나쁜 이유
서울교통공사 환기설비 개량사업 납품 비리로 국비 예산 삭감되기도
김위상 위원 “ 이대로 가면 수십 년 지나도 서울 지하철 미세먼지 그대로 ”
조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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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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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대부분이 법정 초미세먼지 수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지하철 공기질이 유독 나쁜 것은 오래된 환기설비 탓인데 , 이를 개량할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었다 . 게다가 서울교통공사에서는 환기설비 개량사업 관련 납품 비리도 잇따랐다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 국민의힘 ) 의원이 환경부와 서울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의 초미세먼지 수치 2021 년 34.3 ㎍ / ㎥ 에서 올해 7 월 35.1 ㎍ / ㎥ 로 꾸준히 소폭 상승했다 .
구체적으로 보면 , 2023 년 8 월부터 올해 7 월까지 1 년 동안 서울 지하철 250 개 지하역사 중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최대치가 법정 기준치 (50 ㎍ / ㎥ ) 를 넘는 역사가 237 곳 (94.8%) 에 달했다 . 연평균 1 년 내내 기준치를 초과한 역도 29 곳이었다 .
정부와 서울시가 지하철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 이는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사업에 성과를 낸 나머지 지방 지하철 ( 부산 , 대구 , 인천 , 대전 등 ) 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
이처럼 서울 지하철과 나머지 지방 지하철의 성패 갈린 데는 환기설비 노후도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김위상 의원의 분석이다 . 실제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환기설비의 76.8%(192 곳 ) 이 법정 내구연한 (20 년 ) 을 넘겼는데 , 지방 지하철들은 인천 0%, 대구 16.3%, 대전 18.1%, 부산 24.2% 수준이었다 .
서울 지하철도 오래된 환기설비를 개량한 지하역사는 초미세먼지 저감 현상이 뚜렷했다 . 최근 노후 환기설비가 교체된 쌍문역의 경우 개량 전후 187 ㎍ / ㎥ 에서 45.5 ㎍ / ㎥ 로 , 미아역은 196 ㎍ / ㎥ 에서 58.3 ㎍ / ㎥ 로 개선됐다 ( 월평균 ). 이촌역 , 일원역 등 2022 년 ~2023 년에 걸쳐 환기설비 개량이 완료된 나머지 역사도 모두 동일한 효과를 봤다 .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도 ‘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대책 방안 제시 및 미세먼지 저감효과 분석 (2024.8 월 )’ 연구보고서를 통해 “ 노후 환기설비의 교체 및 개량이 미세먼지 저감에 가장 효과적이다 ” 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
하지만 관련 정부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 환경부는 노후 환기설비 교체를 위해 2020 년엔 177 억 8800 만원을 편성했지만 올해는 66 억 400 만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국비와 시비 , 각 교통공사의 예산을 합해 추진된다 .
김위상 의원은 “ 개선사업 현황을 보면 한 해 4 개 역사 정도만 환기설비를 교체하고 있는데 , 이런 식으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 개선이 불가능하다 ” 라고 지적했다 .
환기설비 교체 공사를 둘러싼 납품 비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21 년에는 당시 서울교통공사 기계처장 등 임직원 2 명이 우수한 필터를 설계에서 고의로 제외하고 임의로 타 업체 필터를 채택해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 해당 사건으로 ) 국비 예산 57 억원이 삭감되고 사업 규모가 축소되어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 라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
올해도 지난 7 월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서울교통공사 임직원이 역사 환기설비 개량사업 등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며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
김위상 의원은 “ 줄어든 예산마저 비리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총체적 난국 상황 ” 이라며 “ 국비 투입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관리 ·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 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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