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공기 중에 발암물질 석면가루 등이 너무 많아요. 실태를 알게 된다면 365일 마스크 쓰고 살아야 할 겁니다. 코로나 19는 문제도 아닙니다.”
다 년 간 석면 해체 철거에 참여한 충청권 한 업체 대표의 주장이다.
최근 들어 실내외 석면해체철거사업에 균열이 가고 있다. 폐슬레이트 처리를 놓고 소위 밥그릇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관측이다.
석면관리 주무부처와 발주처는 고용노동부, 환경부, 교육부, 그리고 위수탁 하는 일부 지자체다. 사업 주체에 따라 공개입찰방식으로 책임소재도 달라지고 있다.
원인은 제각각이다. 큰 문제는 폐슬레이트 해체철거 사업이 가장 손쉬운 돈벌이용으로 인식되면서 질서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크게 4가지 문제가 도출된다. 가장 큰 원인은 수주 목적을 감추고 관할 시군에 지속적 민원 제기, 관련 협회 음해, 위수탁 업체 작업방식 규정 위반 및 작업자 안전 부실이다.
또 하나는 지자체 출자 법인들의 비전문성이다. 당초 사업목적에 없던 폐슬레이트 처리사업을 지자체 출자법인들이 추가하면서 질서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즉 지자체로부터 관내 슬레이트 처리 위수탁 입찰을 받아서 관내 업체에 수수료만 받고 넘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렇다 보니, 7~9% 수익 수수료에 맛을 본 지자체 출자법인들은 부산경남권, 호남권, 경기권역에서 직접 영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 법인 관계자는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광역시도로부터 출자한 법인은 설립당시 사업목적 외 업무확장을 못하도록 돼있었다.
특히 공정거래법에 해당 광역도에서 출자한 법인이 본래의 업무가 아닌 영역까지 침범해선 안 된다. 이들 출자법인은 대기업처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고 있다.
마치 폐슬레이트 처리 입찰을 관내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공사를 따내는 식으로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출자법인들이 원도급사가 돼 하도급을 주는 형태가 되면서 기존 시장 질서를 깰 수 있다는 것이고 부작용은 석면처리 공사현장에서 불거지고 있다.
저가 입찰은 기본, 노동지청에 제출하는 작업계획서와 다른 작업공정으로 안전 부실, 석면비산 대책이 소홀할 수밖에 없다.
석면안전관리법에는 석면해체철거시에 작업지침대로 준수하도록 깐깐한 규정하고 있다.
해체철거 업체들은 생각은 빗나가 있다. 지정폐기물관리법상 손쉬운 업종으로 인식이 변질됐다는 점이다.
전 서울 소재 지방노동청 퇴직자는 “석면 근로감독관으로 업체로부터 작업계획서를 받아 처리하고 있지만, 현장은 전혀 다르게 편법과 부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2023년 기준 업체 등록 수만 전국 6000여 개 업체(페이퍼 법인 포함)로 증가됐다.
수도권 소재 석면분석 대표는 “불과 5~6전과 비교 했을 때 4000개 업체로 늘었다.”며 “말만 발암성 물질이라고 하지만, 손쉬운 돈벌이로 생각인지 너도나도 뛰어든 결과”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무분별한 외형적 팽창이다.
그는 “이 분야는 비산억제 작업이 최우선인데 현장은 지침대로 안돌아가고 있다.”면서 “비용을 아ㄲ려고 편법이 더 늘었고 환경부, 노동부의 인력 부족을 이유로 관리부실까지 곱해지면서 방치돼 있다시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석면관련 감리 관계자는 “석면안전관리법 해체철거 매뉴얼은 지키지 않을 뿐더러, 비계설치조차 하지 않아 작업자 안전도 허술하고 속전속결에 뜯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폐슬레이트 매립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어서 지정폐기물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교 석면도 엇비슷하다. 탈도 많았던 학교 석면은 엉터리 공사가 많았다. 학교 안팎으로 비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같은 후유증은 정부 공식 통계치인 석면피해구제 피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에 따르면, 석면피해 구제를 인정받은 수는 2011년부터 올 6월말까지 1만2148명이다. 사망자도 1544명.
피해접수는 매년 갱신할 정도로 늘고 있다. 물론 제도권에서 벗어난 사망자는 수만 명이 달한다.
석면 때문에 얻은 폐암, 악성중피종, 흉막비후, 석면폐증은 4개로 분류돼있다.
발병 연령대는 50대에서 80대가 전체 80%로 많다. 석면 특성상 잠복기 20~30년 뒤에 나타난 결과다.
폐암 발병된 직업군도 다양하다. 군인에서부터 교사, 주부, 공사현장관리자, 자동차정비소, 지하상가점포운영, 선원, 공무원 등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민간에만 맡겨놓은 결과, 일어난 사회적 참사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2012년 석면안전관리법 시행 전까지 학교 천장재 텍스, 지붕 슬레이트는 마구 잡이로 뜯거나 버려졌다.
취재에서 드러난, 일부 지자체로부터 위수탁을 받은 지붕 슬레이트 제거 현장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 소재 슬레이트제거 현장은 못 빼는 연장인 속칭 '빠루'를 사용하거나, 쇠망치로 손쉽게 뜯어냈다.
오래된 슬레이트에는 페인트와 에폭시 등을 도포한 경우 비산억제설비조차 없었다.
현장 소장은 “비용 탓”이라며 “현장에 의무적으로 샤위부스가 설치만 돼 있을 뿐, 작업자는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022년 코레일 소유의 서울 서부역 화물역사 지붕 슬레이트 제거 현장도 문제가 됐다.
이곳도 폐슬레이트 잔재물 수거나 작업 안전수칙은 허술했고 작업현장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소재 노후주택 슬레이트 현장도 똑같았다.
작업장 주변에는 조각난 폐슬레이트가 수십여 개나 나왔다. 특히, 전체 가옥 중 부속건물은 그냥 뜯어내 그대로 방치했다.
이들 업체들은 명백한 법적 규정 위반이다.
이들 업체들 공통점은 관할 노동지청에 작업계획서(보고서용)는 형식용일뿐 작업자나 주민들에게 비산 안 되도록 하는 작업은 아예 빠졌다.
재단법인인 전남환경산업진흥원, 부산환경공단, 경기대진파크도 형태는 엇비슷하다.
슬레이트 처리사업은 관할 지자체로부터 위수탁 받아 공개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지역 업체에 넘긴다. 이들의 문제는 위수탁 업체가 안전한 해체철거공사를 하는지 관리감독이 미흡하다.
비영리로 출자 받은 부산환경공단 관계자는 “매년 턴키방식 공개입찰인데 통상 6~5억 원대로 지난해 700동 가량 처리했다”며 “문제는 없고 관리는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답했다.
부산환경공단 역시 부산시 산하 기관으로 당초 슬레이트 사업은 빠져 있다가 나중에 사업항목에 추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런 형태는 소위 손쉬운 영업 때문”이라며 “매년 지자체는 환경부로부터 예산 받은 고정사업인데 어디 단체에 공사를 주던 그 이상은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속전속결로 뜯어 형태가 관행이 됐다. 비계설치도 없거나 어떤 현장은 부직포조차 하지 않고 서둘려 빼낸다.”라며 “작업공정인 비산억제 습윤제 살포는 없고 서류상만 존재할 뿐”이라고 폭로했다.
환경부 사무관은 “현재 크게 문제되는 건 없고 위수탁 문제는 지자체 고유 업무이고 해당 사업장은 자체 관리 감독한다.”고 말을 아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후가옥 슬레이트 해체작업 현장 감독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며 “사전 제출받은 작업계획서 근거와 사후 보고서로 완결 받는 수준”이라고 애써 문제점을 표출하지 않았다.
국내 슬레이트 해체철거 협회만 8곳이 달한다.
한 협회 관계자는 “슬레이트 처리시장은 앞으로 140만 동 이상 남아 있지만, 질서를 깨는 쪽은 매우 악의적”이라며 “손쉬운 돈벌이용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협회 측은 "1급발암물질 석면을 다루는 공사현장에서 안전은 뒷전인 업체도 문제지만 위수탁 해 주는 지자체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시민들의 피폭되지 않도록 현장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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