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AI 기술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른 ‘피지컬 AI’ 분야에서 아직 세계적인 선도국이 없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관련 실증 인프라 구축에 본격 나선다.
국회 본회의에서 382억 원 규모의 실증 예산이 통과되며, 영상 관제와 제조업 혁신을 아우르는 AI 기반 실물기술 산업에서 'AI G3 강국' 도약의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전북 전주시병)과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이 공동주최하고,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한 'AI G3 강국을 위한 신기술 전략 시즌2 조찬포럼'이 9일 오전 7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에서는 특히 AI 기반 영상 관제 기술과 제조업 연계형 피지컬 AI 생태계 조성이 집중 논의됐다. 피지컬 AI란 실제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인공지능 기술로, 미래 산업 구조에 결정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분야다.
“AI 영상관제, 생존의 문제…1인당 1,027대 CCTV 감시”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황영규 ㈜알체라 대표는 ‘AI 보안 관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주제로 강연했다. 황 대표는 노동집약적인 감시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며, AI 기반 영상 관제 기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관제요원 1인당 감시하는 CCTV 수는 평균 1,027대로, 2022년 대비 34% 증가했다. 이는 행정안전부가 제시한 기준(1인당 50대)보다 20배 이상 많은 수치다.
황 대표는 “AI가 영상 속 이상행동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선별함으로써 사고율을 낮추고 관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며 “이미 AI 관제 기술이 치안·안전 분야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이 핵심…피지컬 AI 선도국은 아직 없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영재 카이스트 교수는 ‘미래 모빌리티 협업지능 피지컬 AI 기반 SW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장 교수는 피지컬 AI가 특히 제조업과 물류, 스마트시티와 같은 실물 산업에서 높은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에 따르면 AI 도입 기업은 미도입 기업 대비 평균 7.6%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했고, 매출도 4% 증가했다. 그러나 제조업의 AI 도입률은 4%에 불과해 정보통신업(26%)에 크게 못 미친다.
정동영 의원은 “한국은 GDP의 27%가 제조업에서 나올 정도로 산업 구조가 제조 중심인데, 정작 제조 AI는 크게 뒤처져 있다”며 “피지컬 AI를 선도하는 국가는 아직 없는 만큼,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본회의 통과한 실증예산 382억…정부 “2030년까지 6천억 투자”
정 의원은 이어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피지컬 AI 핵심기술 실증(PoC)사업’ 예산은 총 382억 원(국비 229억, 지방비·민자 153억 원)”이라며 “대한민국이 AI 주권을 확보하고 G3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측 발표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6,000억 원을 투입해 ‘미래 모빌리티 협업지능 피지컬 AI 기반 소프트웨어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사업 대상은 국내외 기업, 대학, 연구기관 컨소시엄 등으로, 제조업 기반의 협업지능 기술과 핵심 SW 기술 확보가 목표다.
“고품질 학습데이터가 경쟁력…데이터안심구역 적극 활용해야”
산업계, 학계, 공공기관 패널도 피지컬 AI 기술 경쟁력의 핵심으로 고품질 학습 데이터 확보를 꼽았다.
장정훈 인텔리빅스 대표는 “AI 영상 관제의 경쟁력은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에 달려 있다”며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보유한 방대한 CCTV 데이터를 연구개발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안심구역’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공 측을 대표해 박윤규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은 “AI 산업 육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균형을 위한 제도로 ‘데이터안심구역’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가공·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I G3 도약 위한 초석…정치권, 산업계, 학계가 힘 모아야”
이번 포럼에는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 문체위), 정진욱 의원(광주 동구남구갑, 산자위) 등 여야 의원들도 참석해 “피지컬 AI가 수출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회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에서도 네이버, LG, SKT, 슈프리마, 딥노이드, 인텔리빅스, 페르소나AI 등 주요 기업 임원진이 대거 참석해 현장 경험과 정책 건의사항을 공유했다.
포럼은 국회와 정부, 기업, 학계가 AI 영상 관제와 피지컬 AI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대한민국을 ‘AI G3’ 강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공동 의지를 다지며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