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기본소득이 개인의 삶의 질과 사회적 기여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실증적 결과가 나왔다. 국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기본소득 제도화를 위한 공론화와 입법 논의에 한층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은 19일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세미나 ‘베를린 기본소득 실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개최하고, 독일 베를린에서 실시된 3년간의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공유하며 한국형 기본소득 모델의 방향을 모색했다.
이번 실험은 2021년부터 3년간 21~40세 1인가구 122명을 대상으로 매달 1,200유로(약 168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발표를 맡은 최승호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수혜그룹은 비교그룹보다 행복지수가 0.5점 높았으며, 삶의 만족도는 42% 증가했다. 정신건강(35%), 삶의 의미 인식(25%) 등에서도 뚜렷한 향상이 나타났다.
특히 기본소득이 노동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고용시간과 근무시간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수혜자들은 평균 447유로를 더 저축했고, 기부나 대인 지원 등 사회적 기여 활동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가활동 지출은 6% 늘었고, 가족·지인과 보내는 시간도 주당 평균 3.8시간 늘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이번 실험은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정책을 넘어 사회통합과 민주주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국민께 이러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병훈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대표의원도 “지금과 같은 구조적 전환의 시기에 포용적 사회정책으로서 기본소득 제도화를 위한 입법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실험의 정책적 시사점을 강조하는 한편, 향후 실험 설계의 정교함을 높일 필요도 제기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험 집단 수와 비교군 구성의 불균형은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며,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은 “기본소득은 근로 의욕을 해치지 않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한인정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는 부산청년기본소득 실험과의 비교를 통해 “기본소득은 자존감 회복과 사회적 신뢰 확산에도 효과적”이라며 “심층적 공론화와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 역시 “기본소득의 긍정적 효과는 이미 여러 실험에서 검증되었다”며 “이제는 실험에서 그치지 말고 정책과 제도화로 이어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편,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은 21대 국회에서 출범한 초당적 정책 연구모임으로, 현재 24명의 국회의원이 참여 중이다. 포럼은 기본소득형 국부펀드, 재생에너지 이익공유제 등 다양한 실현 경로를 주제로 한 토론과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