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김익수 기자]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논의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체매립지 미확보와 지방공기업 전환 논의, 지역 주민 수용성 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폐기물 처리 기술의 해외 수출이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이끄는 송병억 사장은 이 모든 현안을 “기회”로 받아들인다. 그는 매립지를 ‘혐오시설’이 아닌 ‘환경 허브’로 전환하고, 한국형 폐기물 관리 모델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했다.
“폐기물 관리 기술, 이제는 수출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체계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며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해왔습니다. 이제는 이 기술을 필요한 국가들과 나눌 시점입니다.”
송 사장은 최근 파나마 정부와 체결한 양해각서를 예로 들며,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한국형 폐기물 처리 기술에 대한 수요를 강조했다. 그가 공사에 부임한 이후 본격 추진한 해외 사업은 현재 파나마를 비롯해 몽골, 우크라이나, 우즈베키스탄, 볼리비아,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다.
“며칠 전엔 파나마 현장을 직접 다녀왔습니다. 우리 옛 난지도와 비슷한 상황이었어요. 체계적인 매립장 운영, 메탄가스 포집 시스템이 절실한 곳이죠. 시장(Mayor)과 함께 현장을 돌고, 정부 차원의 협력도 체결했습니다.”
그는 특히 몽골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공사 직원을 현지에 파견해 사업화를 위한 초기 계획 수립에 들어갔으며, 환경 인프라 수요와 사업 적합성 모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단순히 기술만 수출하는 게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환경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가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토대로, 다른 나라들이 더 나은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지방공기업 전환 논의엔 “시기상조”
인천시가 수도권매립지를 지방공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대해 송 사장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국가 차원의 관리가 더 합리적이며 효과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도권매립지는 광역 환경시설입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주민 피해 대응을 위해서라도 국가공기업 체제가 바람직합니다.”
2015년 체결된 4자 협의에 따라 대체매립지를 조성하고 인천시 산하 공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지만, 이후 10년 가까이 대체 후보지 확보는 실패를 거듭해 왔다. 최근 추진 중인 4차 공모조차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존 부지의 15%를 추가 사용하는 예외조항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송 사장은 공사 측의 입장은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역과 함께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료 이후는 공원과 수익시설 조성으로”
당초 2025년 종료 예정이던 수도권매립지는 현재까지 약 65%가 사용된 상태다. 공사는 향후 10년 이상 추가 사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사용 종료 이후 부지를 공원과 수익시설로 조성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주민 의견을 우선 수렴하면서도, 장기적인 사후관리 재원 마련을 위해 수익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복합문화시설 조성과 관련해선, 송 사장은 조달청 입찰 등 정당한 절차를 강조했다. 승마장 부지에 아쿠아리움을 짓겠다는 계획이 절차 없이 일방 추진된 사례를 지적하며 “특혜 논란을 피하려면 투명한 방식이 필수”라고 말했다.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의 사명 변경 추진
현재 국회에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사명을 ‘수도권자원순환공사’로 변경하는 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송 사장은 이를 공사의 정체성 변화와 연결지었다.
“사명에서 ‘매립지’를 지우는 건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닙니다. 폐기물 중심에서 자원순환, 탄소중립, 해외 진출을 포괄하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상징입니다.”
그는 향후 신재생에너지 및 탄소감축시설 운영, 해외 폐기물 자원화 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사는 기술 기반의 글로벌 환경 공기업으로 재탄생하고자 한다.
조직 내부 개편도 병행되고 있다. 기존 ‘소팀제’를 ‘대팀제’로 개편하고, 홍보실을 강화하는 등 혁신을 꾀하고 있다. 자체 교육센터 설립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예산 확보와 인허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기술 중심의 공공혁신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 저희의 과제입니다. 시민들이 ‘공기가 좋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수도권매립지를 둘러싼 변화의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거대한 전환을 어떻게 실행하느냐이다. 송병억 사장의 구상은 ‘비전’에 머물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기술 수출’과 ‘자원순환 미래’는 공공기관의 새로운 역할에 대한 시험대이자,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분기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