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TC'경업금지 조항 제한 규칙 (Non-Compete Clause Rule'의 도입 가능성 분석

김규훈 기자 승인 2024.05.14 18:05 의견 0

[프레스데일리 김규훈 기자] 국회 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13일 미국 FTC 경업금지 조항 제한 규칙(Non-Compete Clause Rule)의 도입 가능성 분석이라는 제목의'이슈와 논점'보고서를 발간했다.

미국의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이하 “FTC”)는 직업 이전의 자유를 보호하고, 기술 혁신을 증대하며, 새로운 사업을 육성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하기 위하여 미국 전역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와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업금지 조항 제한 규칙(Non-Compete Clause Rule, 이하 “경업금지 제한규칙”)'을 최종 발표했다.

규칙은 연방 관보에 게재된 후, 120일 이후인 오는 9월 4일 발효될 예정이다.

제한규칙의 주요 내용을 보면 시행 이후, 고용주가 근로자와 이미 체결한 모든 경업금지 계약은 금지된다. 즉 FTC는 경업금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FTC법 제5조에 따른 불공정한 경쟁방법(an unfair method of competition)으로 판단할 것으로 밝히고 있다.

제한규칙의 영향을 받는 자는 미국 전역의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고위 임원(senior executive)에 대해서는 기존에 이미 체결된 경업금지 계약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비밀유지 계약(NDAs) 또는 퇴사 이후 정보유통금지 계약(nonsolicitation agreements), △고용 중 경업금지 계약(in-term noncompete agreements), △은행·보험회사·비영리단체 등 FTC법의 적용대상이 아닌 고용주가 체결한 계약, △가맹점주와 가맹점사업자 간의 계약, △개인이 체결한 사업의 선의매각 계약(by a person pursuant to a bona fide sale of a business entity)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업금지 제한규칙의 제정이 확정된 이후, 미국의 산업계에서는 경업금지 조항을 금지함으로써 영업비밀의 노출 위험이 커지고 근로자들의 이탈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규칙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이 많은 상태다.

미국 텍사스 동부 및 북부 지역 연방법원에는 미국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에 따라 FTC의 규칙 제정 권한에 이의를 제기한 소송이 2건 계류 중에 있다.

미국의 중소기업단체인 Small Business Majority가 312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9%에 해당하는 중소기업들이 FTC의 경업금지 제한규칙을 지지하고 있고, 14%만이 반대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도 경업금지 조항은 근로자가 경업 또는 전직함으로써 기존 회사의 영업비밀이 침해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계약 조건 중 하나로 합리적인 범위 및 일정한 기간 내에서의 경업금지가 인정되어온 것이 일반적이다.

유럽의 경우 2023년 1월 경쟁정책 안건으로 근로자 보호의 측면에서 스카우트 금지 계약(no-poaching agreements)에 대한 경쟁법적 논의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고, 따라서 최근 미국의 경업금지 조치에 대한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경업금지 제한규칙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서 경업금지 계약이 기술·금융 분야 등의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저임금 근로자까지 과도하게 적용되어온 경우가 많아 고용주와 근로자 간 유해한 수준의 권력 불균형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과도한 경업금지의무를 부과하여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저해되는 상황은 결과적으로 시장의 경쟁을 훼손할 수 있어 경쟁법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업금지의무의 정도에 대한 고려 없이 일괄적으로 전면 금지하고 있는 FTC의 조치는 사적자치의 보장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한이 고용계약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고용주 입장에서는 계약 체결과정에서 경업가능성이 높은 근로자를 선별(screening)하여 배제하거나 노동수요 자체를 축소시켜 버리는 부정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개연성이 높다. 또한 경업금지의 제한으로 발생하는 영업비밀의 침해 및 숙련된 근로자의 이탈 등에 대한 고용주의 잠재적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관련 제도를 국내에 도입하려고 하는 경우,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경업금지’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비합리적이고 과도한 경업금지’를 판단하는 준거에 대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란 주장이다.

우리 경쟁당국은 경업금지 계약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경쟁법적 측면에서 경업금지 제한제도의 도입 여부 및 도입 시 규율 방향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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