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비대칭적 다극화, 글로벌 거버넌스의 약화, 국내외 양극화... 지금은 외교 대전환의 시기입니다.”
대한민국 외교의 중장기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제2회 국회외교안보포럼이 6월 23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대전환의 시대: 한국 외교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국회미래연구원(원장 김기식) 주최로 개최됐으며, 국내 대표 외교안보 원로들이 총출동해 격변하는 세계질서 속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모색했다.
포럼은 서울대 전재성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석좌교수,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이 패널로 참여해 깊이 있는 전략 제언을 내놓았다.
하영선 이사장은 2050년을 바라보는 장기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비대칭적 다극화 구조와 핵 억지력의 균형 속에서 전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첨단과학기술, 생태문화, 글로벌 거버넌스 등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에 걸맞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정인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 북한 핵문제, 탈글로벌화 등 현재의 안보환경 변화를 요약하며, 단선적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넘어서는 ‘미들파워’의 창의적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외교정책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실용주의를 넘어선 비전이 있어야 한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논두렁론’을 언급하며 초월적 전략을 제시했다.
윤영관 이사장은 “북중러 권위주의 연대와 다자 시스템 약화 속에서, 한국은 이제 동북아를 넘어서는 글로벌 외교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일 협력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한중관계에선 상호존중과 호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G7 가입 추진 등 한국의 외교적 위상 강화 방안도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패널들은 한국의 미중 전략경쟁 대응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하영선 이사장은 “경제적으로 얽힌 미중은 완전한 충돌이 어렵다”며, 남북관계 해법은 단기적 억지보다 장기적 문명국가 전략 속 복합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교수는 ▲미국과의 군사 협력, ▲도전국 편승 전략, ▲독자적 핵무장론, ▲양측 거부 전략, ▲창의적 초월전략 등 5가지 대응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이 중 ‘4+5’의 창조적 조합을 주문했다.
윤영관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가능성과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한 유연한 실용주의가 필요하다”며, 국익 중심의 대북정책과 함께 주한미군 재조정 및 대화 가능성을 감안한 외교적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기식 국회미래연구원 원장은 “이번 포럼은 한국 외교안보의 초당적 합의를 위한 담론의 장으로 기획됐다”며, “향후 지속적인 포럼을 통해 미래지향적 외교전략의 사회적 합의 기반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영상으로 축사를 전했고,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조정식·추미애·김건·유용원·김준형 의원과 국회 소속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오는 7월 16일 한미관계, 7월 23일 한일관계를 주제로 후속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