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제조물 책임법 개정 ‘시급’

'급발진 의심사고’ 차량 결함 여부 운전자나 유가족 입증 고통
허영 의원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 21대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김익수 기자 승인 2024.04.26 17:17 의견 0

[프레스데일리 김익수 기자] “소비자에게 과도하게 상식 밖으로 책임을 지우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허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관련 제조물책임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하면서 차량에 탑승한 할머니와 숨진 손자 도현이의 유가족들이 여전히 손해배상, 민사소송 등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사고 영상을 보면 차량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고 운전자인 할머니가 같이 탄 손주의 이름을 급박하게 외쳤다. 손자는 목숨을 잃고 할머니는 큰 부상을 입었다. 사고가 아닌 참사였지만 할머니는 피의자로 경찰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급발진 의심 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 차량의 결함 여부를 제조사가 아닌 운전자나 유가족에게 입증하도록 하고 있는데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의 결함 요건을 비전문가인 피해자가 증명하도록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를 포함해 지금까지 발생한 급발진 사고가 법과의 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제대로 규명이 안 된 만큼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허 의원은 지난해 5월 11일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허 의원이 발의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안은 자동차의 결함으로 손해가 발생할 경우 제조업자가 결함과 손해의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해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은 현행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법원의 자료제출 명령 제도를 도입해 제조업자가 영업비밀이라 하더라도 결함 및 손해의 증명 또는 손해액 산정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당사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제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원은 자료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고 결함 및 손해의 입증책임을 자동차 제조업자가 지도록 했다.

현행법은 제조물 결함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책임을 손해를 입은 피해자가 손해의 존재 및 손해액 규모 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증거 대부분을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어 정보의 불평등이 매우 심각하고 피해자들은 그 입증자료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렵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피해자가 요구하는 자료를 정직하고 성실하게 제출하지 않는 한 기업의 귀책사유나 의무위반사실, 손해 발생의 정도 손해와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허 의원은 “자식을 잃은 아버님은 제조사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통해 운전자인 할머님의 결백을 증명하려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 싸움은 ‘다윗 대 골리앗’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면서 “현행 제조물 책임법은 결함 원인에 대한 실질적인 입증 책임을 온전히 소비자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허 의원은 “자동차는 첨단기술이 집약된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제조물인데 사고 순간에 어떤 오작동을 일으켰는지를 일반인이 밝혀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그럼에도 도현이네 유족은 외롭게, 하지만 끈질기게 싸워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허 의원에 따르면 당시 운전했던 도현이 할머니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혐의로 여전히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할머니의 결백을 위해 지난 19일 도현이네 가족들은 수천만 원의 비용을 감당해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에서 주행 재연시험 감정을 마쳤다.

허 의원은 “이번 사고와 재판 경과들을 포함해 포기하지 않고 진실에 다가서려는 도현이네 가족의 문물겨원 노력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답해야 한다”며 “소비자인 동시에 피해가가 자비를 들여 단독으로, 그것도 자본과 제조물에 대한 정보에서 절대적 위위에 선 제조사에 맞서야 하는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 의원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비자에게 상식 밖으로 과도하게 책임을 지우는 현행 제조물 책임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며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도현이를 보내고 난 후 다시 지루하고도 소모적인 논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허 의원은 기자 회견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법안은 정무위에 들어가 있는 법안 중에서 여야가 반대하지 않는, 찬성하고 있는 법”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5월 국회 내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안 되더라도 제가 22대 국회가 바로 시작하면 수정·보완해 강화된 법안으로 다시 발의해 첫해 연도에는 반드시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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