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AI와 반도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할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는 경고가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쏟아졌다.
특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를 비롯해 각계 석학과 산업 전문가들은 “지금이 바로 한국이 AI 혁신과 재생에너지 전환의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할 골든타임”이라며, 에너지 구조 혁신을 위한 과감한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AI와 반도체 산업의 급속한 성장 속에,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이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과 기후 대응을 동시에 좌우할 전략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18일, 김성환 의원실과 국회기후위기탈탄소경제포럼과 공동으로 'AI 혁신 성장을 위한 에너지 정책 방향'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산업·에너지를 통합적으로 조망하는 첫 공식 공론장이기도 했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AI의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만이 주도하기엔 너무나 중요한 이 미래에 한국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 친화적 AI와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성장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한국이 선도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향은 기후 위기 대응과 사회적 포용, 경제적 번영을 동시에 실현할 해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존스홉킨스대 탄소중립 산업정책연구소의 다르시 드라우트 컨설턴트는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지만, 현재 화석연료 기반 전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RE100 이행과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재생에너지가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경고했다.
산업계의 위기의식도 뚜렷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2050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소비가 수도권 전체의 25%를 차지할 것”이라며, “전력망 포화를 고려하면 해상풍력 확대와 전력구매계약(PPA)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장혁 기후솔루션 연구원도 “재생에너지 기반 용인 국가산단 조성 시,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전기료 30조 원 절감이 가능하다”며, 새 정부의 RE100 국가산단 정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를 전력 유연 자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력망·입지 전략과 수요예측 기술 활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광용 네이버클라우드 상무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의 신속한 정책 대응을 촉구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에너지 정책 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2024년 글로벌 신규 발전설비의 89%가 태양광·풍력”이라며 “AI 산업의 성장은 곧 재생에너지 확대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AI-에너지 융합 생태계는 투명성과 개방성 기반의 신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관한 김성환 의원은 “에너지 정책이 전력 수요 폭증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AI와 에너지의 선순환적 연결을 통해 능동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AI·기후·산업이라는 시대적 도전에 국회·정부·산업계·시민사회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AI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에너지 전환이 분리된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며, 기술·경제·기후를 아우르는 정책 대전환의 필요성을 분명히 했다. 주최 측과 전문가들은 이번 논의를 계기로, 실질적 법·제도 개선과 사회적 논의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