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국적동포 복수국적 허용,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 설계 필요

국회입법조사처 '국적제도의 세계적 추세와 유사 국가 입법례' 보고서 발간

조남준 기자 승인 2024.06.28 17:04 의견 0

[프레스데일리 조남준 기자]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28일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국적제도의 세계적 추세와 유사 국가 입법례를 중심으로” 보고서(NARS 현안분석)를 발간했다.

국적법은 단일국적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최근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외국국적동포의 복수국적 보유를 허용하자는 논의가 있다.

국적을 부여하면 해외 한인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제활동인구를 확보할 수 있고, 외환 송금이나 재투자 등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국가의 76% 이상이 외국국적동포에게 복수국적 보유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한국의 국적제도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계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복수국적 허용현황에 따르면 1960년 40% 미만이던 복수국적 허용국가 비율이 2020년 76.4%로 증가했다. 다만, 이러한 추세는 지리적·문화적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지리적·문화적 유사성을 갖는 동북아 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이 모두 단일국적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권이 유사한 중국과 일본의 경우 단일국적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며 외국국적동포에 대해서 복수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삼국은 중앙집권화된 관료제 국가 하에서 개인이 국적을 선택하기보다는 국가가 국적을 부여하는 개념이 존재해왔다는 점, 이민의 역사가 짧다는 점 등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유연한 복수국적제도와 같은 선진 이민국가의 정책을 받아들일 때 정책의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란 제안이다.

이중국적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이 병역 문제이므로 우리나라와 같은 징병제 국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징병제 국가는 단일국적 원칙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스라엘이나 스위스처럼 복수국적 보유를 허용하기도 한다.

징병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인 싱가포르와 같이, 징병제 국가에서는 복수국적 보유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징병제와 복수국적을 동시에 채택한 이스라엘과 스위스는 복수국적자에게도 병역의무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복수국적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다만, 스위스 국적을 보유하면서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복수국적자뿐 아니라 국적자도 평화 시 징집 면제된다.

이스라엘은 전쟁 중이라 징집 필요성이 높다는 점, 스위스는 영세중립국이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향후 우리나라 안보상의 필요에 따라 이스라엘 입법례를 참고하여 병역의무를 엄격히 적용하거나 스위스와 같이 거주지에 따라 병역의무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 사이에서 적절한 전략을 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란 제안이다.

법 개정 논의에 있어서는 최근 단일국적국가에서 복수국적 허용국가로 법률을 개정한 독일 사례, 복수국적을 허용해달라는 지속적 요구를 대안적 제도로 풀어낸 인도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다.

독일은 최근 이민자 급증으로 인한 인구구성 변화를 반영하여 유입된 이민자와 외국국적동포 모두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고 독일 국적 취득요건을 완화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과정에서 독일 국적의 가치 저하, 국가에 대한 충성도 저하, 사회 통합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지적되며 찬반논쟁이 있었다.

경우 세계에서 재외동포가 가장 많은 국가로, 해외 인도인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단일국적 원칙을 고수하고 있음. 대신 인도는 해외 인도인에게 국민에 준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재외인도시민(OCI) 카드를 발급하고 있음

이는 복수국적이 국가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법적·행정적 관리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 복수국적자의 자산과 세금에 관한 규제의 빈틈을 통해 탈세와 자금세탁 등이 우려된다는 점 등으로 인한 것이다.

이국국적 동포에게 복수국적 보유를 허용할 경우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며, 세계 각국이 국적제도를 유연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그러한 추세 속에서도 국적제도는 국가적 특성에 따라 각각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란 제안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회적 인식과 문화, 우리나라가 처한 안보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복수국적 허용에 대해 충분히 여론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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